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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기성 출판계 편집자 18년, 8년 차 출판인은 아직도 만들고 싶은 책이 있을까?

기성 출판 18년, 1인 출판 8년차, “아직도 만들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 에디토리얼 출판사 최지영 대표, 커피브레이크 세미나   과학 X 인문 X SF 삼색 실뜨기를 한코한코 정성껏 재미나게 추구하고자 한다.   Platform P 입주사 소개 자료에 기재된 ‘에디토리얼’ 출판사의 소개 글이다. 짧은 한 줄의 소개 글로 에디토리얼을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겠지만 출판 업계에서 에디토리얼은 꾸준히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출판사로 꼽히곤 한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아홉 권의 책을 출간한 에디토리얼 출판사는 최지영 대표가 운영하는 1인 출판사다. 1인 출판을 시작하기 전까지 여러 출판사에서 스무 해 가까이 편집자로 일을 하며 다수의 책을 만든 경력이 있는 최지영 대표는 입주자 대상 네트워킹 프로그램인 커피 브레이크 세미나에서 “아직도 만들고 싶은 책이 있을까?”라는 주제로 준비해온 이야기를 시작했다. 20년이 넘도록 책 만드는 일을 한 ‘관록의 출판인’도 아직 만들지 못한 책이 있을지, 새로운 책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여전한지 궁금했다.     ‘관록’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다며 겸손하게 말문을 연 최지영 대표는 “지금도 책을 만들고 있지만, 아직도 만들고 싶은 책이 있다.”고 말한다. 출판사에서 일하며 기성 출판의 책과는 다른 방향으로, 만들고 싶은 책을 마음껏 만들기 위해 시작한 에디토리얼 출판사는 크게 과학, 인문, SF 책을 펴낸다. 그중에서도 주력 출판 분야는 과학 분야이다. 왜 하필 과학 분야인가? 과학서 전문 편집자도 아니었고, 과학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도 아니었지만 기존 과학책들과는 ‘다른’ 과학책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보통 과학책을 쓰는 사람들은 전문 연구자거나 혹은 오랫동안 조사한 지식, 깊은 이해도가 있다 보니 과학책을 읽는 독자는 늘 지식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게 된다.”라고 말한 최지영 대표는 다른 방식의 과학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방향을 설정한 뒤 ‘만들 수 있는 책’을 찾기 위해 기존 출판시장에서 과학 도서의 특성을 파악한 ‘지형지도’부터 그렸다고 한다.     과학책 시장은 크게 네 가지 특성이 있다. 하나, 규모가 작다. 공식적인 데이터라 할 수는 없지만 업계 내부에서 과학서는 인문서 시장 규모의 십 분의 일 정도로 본다. 둘, 번역서의 비중이 높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과학 도서를 집필하는 작가가 소수였으며, 대체로 번역서 중심이었다. 마지막으로 앞서 얘기한 두 가지 특성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다. 난도가 높은 지식을 다루기에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쉽게 접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높은 진입 장벽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과학 도서를 출간하는 출판사들은 늘어나고 있으며, 시장은 계속 커지는 추세다. 과학 분야 도서의 판매 실적은 해마다 약진하는 중이다.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이기에 오히려 좋은 과학 도서를 만듦으로써 에디토리얼만의 색깔을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던 최지영 대표는 “비전공자, 일반인이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독서 과정에서 생각할 거리를 줄 수 있는” 과학책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런 과학책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고민을 위해 세그멘테이션 전략을 사용해보기도 한다. 흔히 출판사에서 도서를 전략적으로 기획하기 위해 사용되는 세그멘테이션은 시장의 수요자를 세분화하는 것으로 각 층의 욕구와 필요를 잘게 나누어 분석하여 어떤 층에 잠재 고객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방법이다. 예컨대 책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는 현재 과학책을 읽지 않지만 성장기에 과학 도서를 읽으며 자란 성인 중에서 교양서적에 관심이 있는 이들을 독자로 유인하고자 했던 과학책이다. 어려운 내용을 딱딱하지 않게 전달하기 위해 만화로 설명하는 ‘과학 그래픽 노블’의 형식으로 만들어 시각적 요소를 강화함으로써 과학책의 견고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자 했다. 또한 ‘문과 출신’인 최지영 대표가 과학책을 읽을 때마다 실제로 지식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하다고 생각한 ‘역사주의적 관점’도 반영되었다. 이는 단순히 과학적 발견만 이해하는 대신 발견에 이르는 데에 영향을 끼친 배경까지 역사적인 맥락 안에서 함께 이해하는 방법이다. 이렇듯 전략적 접근을 통해 기획한 도서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는 우수과학 도서로 선정되는 등 일련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인문, 사회과학 분야와 달리 과학 분야는 저자 섭외부터 어렵다.”고 말한 최지영 대표는 과학 지식을 글로 풀어 쓰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며, 따라서 책을 저술하는 ‘전문 연구자인 저자군’이 빈약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얘기한다. 1인 출판사 에디토리얼을 설립한 후에 만든 첫 책인 <과학 기술의 일상사>는 저자군을 넓힌 사례다. <과학 기술의 일상사>를 집필한 박대인, 정한별은 ‘과학기술정책 읽어주는 남자들’이라는 과학 관련 팟캐스트를 진행하던 박사 과정생이다. 즉 전문가가 되기 위한 과정 중에 있는 과학도를 섭외하여 책을 만든 것이다. 우연히 듣게 된 팟캐스트에서 과학에 대한 ‘내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가 들리자 저자로 섭외해야겠다고 생각했다던 최지영 대표는 <과학 기술의 일상사>를 “과학의 맨 얼굴을 보여주는 책”이라 표현한다.   “과학책을 오래 읽다보니 가끔 ‘과학자 커뮤니티’라는 단어가 보였습니다. 어쩐지 ‘그들만의 리그’ 같은 위화감도 느껴졌고, 커뮤니티 ‘내부’의 이야기가 궁금했어요.”   과학자가 이해하는 과학과 우리가 책을 통해 읽는 과학은 다르다는 걸 느낀 때부터 과학자들 내부인끼리만 공유하는 과학계의 이야기도 듣고 싶었다고 한다. 과학 커뮤니티 내부의 목소리를 담고 싶었기에 책은 과학 서적이면서도 에세이 같기도 하다. 과학계에 몸담은 청년 연구자 당사자의 솔직한 이야기를 실었다. 젊은 과학도가 할 수 있는 이야기와 과학의 대중화를 바라보는 문제의식 또한 담겨있다. 최지영 대표가 “앞으로도 이렇게 쉬운 과학책은 낼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던 책, <과학 기술의 일상사>는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sia Pacific Center for Theoretical Physics, APCTP)에서 선정한 올해의 과학책 10권 안에 들어 ‘과학자 커뮤니티’에서도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과학 X 인문 X SF 삼색 실뜨기를 정성껏 재미나게 추구’하는 에디토리얼 출판사는 주력 분야인 과학과는 언뜻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인문학 책을 펴내기도 한다. 예컨대 <스피노자 매뉴얼 : 인물, 사상, 유산>이 있다. 때문에 “책간에 어떤 연관성이 있냐”는 질문을 종종 듣기도 하지만 “과학이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책이다. 과학과 관련된 윤리적인 문제, 가치 판단을 위해 살피고 성찰해야 하는 지점에 대해서는 인문학만큼 깊게 연관된 학문도 없다. 과학의 발전을 둘러싸고 그 경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살피고 성찰하기 위한 책들이 에디토리얼 출판사의 인문, SF 책인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책을 만들고 싶을까? 최지영 대표는 여전히 다음에 만들 책을 찾기 위해 처음 과학책을 만들기 시작할 때처럼 그래프를 그려 분석하고 고민한다. 아직 충족되지 않은 독자의 욕구를 발견하고, 그에 맞는 책을 만드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 독자의 관점에서 생각하기 위해 노력한다. 최근엔 포스트 코로나, 즉 코로나바이러스가 종식된 이후의 출판물에 대한 고민도 많다. 많은 변화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양 도서에서 ‘진화론’, ‘역사적 유물론’, ‘생태학’, ‘페미니즘’이란 키워드만큼은 여전히 유효하지 않을까 추측한다.     ‘관록의 출판인’이라는 수식어가 적절치 못하다며 몸을 낮추면서도 최지영 대표는 먼저 길을 가본 선배들에게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말들을 옮긴다. “한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말입니다. 자주 들었던 말이지만 최근에야 이해가 가기 시작했어요.” 최지영 대표가 공개한 이른바 ‘기성 출판 선배들의 라떼’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하나, 출판은 쌓아가는 것이다. 둘, 출판은 토탈파워다. 셋, 원칙과 루틴을 세우고 지켜라. 출판은 ‘쌓아가는 것’이자 ‘토탈파워’라는 말은 곧 시작 단계의 출판사는 최단기간 내에 할 수 있는 한 최대치의 종수를 발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1인 출판은 예외라 생각했으나 1인 출판 8년 차에 접어들자 선배들의 말씀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출판사는 책 한 권, 한 권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를 운영하는 힘도 중요합니다.” 에디토리얼 역시 전체적인 힘을 증가시키기 위해 쌓아가는 중이다. 많은 종수로 힘을 쌓는 것만이 정답이라는 말은 아니다. 특정 이슈가 생길 때 발 빠르게 책을 내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이른바 ‘모멘텀 출판’도 있다. 본인의 체질과 지향하는 바를 고려하여 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원칙과 루틴을 세우고 지키란 말은 꾸준히 학습하고 따라잡아야 하는 분야를 선정하고 이를 위한 루틴을 설계하고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본인이 주력으로 삼는 분야에서 나온 신간 도서는 물론 관련된 사회적 이슈와 출판계 동향 등 소식을 얻을 수 있는 창구를 정하고 거르지 말고 꾸준히, 매일 모니터링을 하는 일을 하나의 습관처럼 유지하는 것이다. 방점은 ‘매일 꾸준히’다. 매일 같은 사이트에 들어가서 비슷한 화면을 보는 것 같더라도 “계속 보면서 쌓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정한 제안 같았던 노하우 공유가 끝나고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혼자 일하는 것, 1인 출판, 파트너와의 협업에 대한 세미나 참여자들의 질문이 뒤따랐다.   Q. 루틴을 설계한다는 것의 구체적인 사례가 궁금하다. 트렌드 파악을 위해서는 어떤 루틴이 필요한가? A. 외국 서적을 번역해서 내는 편집자라면 예를 들어 매일 아침 아마존에 접속해서 책 신간 리스트를 확인할 것이다. 주시하는 작가의 신간 뉴스를 놓치지 않도록 뉴스도 함께 봐야 할 테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찾아 정해두고 매일 빠트리지 않고 보는 행위를 말한다.   Q. 계속 같은 업무를 하면서 매너리즘이 왔을 때는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A. 출판사에 다닐 땐 이직을 하면서 계속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매너리즘보다는 오히려 1인 출판을 하면서 사고의 빈곤함이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혼자 하니까 새로운 생각을 하기 힘들때도 있다. 자칫하면 결과물이 늘 고정될 수도 있다. 혼자 일하더라도 고립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Q. 고립되지 않기 위한 방법은? 예컨대 네트워킹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A. 일이 바쁠 때에도 사람들을 만나려고 한다. 주로 출판계 동료들이다. 출판계 강연도 다닌다. 1인 출판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모임도 있다. 정기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물어보고 싶은 것들은 편하게 물어보고 도움을 준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 지지대가 되어주는 셈이다.   Q. 편집자는 작가가 쓴 원고에 어느 정도까지 개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1인 출판사를 준비 중인데 작가에게 원고를 받고 나서 어느 정도까지 피드백을 해야 할지 적정선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A. 이상적인 건 원고를 받기 전에 미리 협의하는 것이다. 저자가 원고를 넘긴 후 출판사 선에서 얼마만큼 개입하게 될 것인지, 만약 출판사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적극적인 개입을 할 수도 있음을 사전에 협의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러나 만약 이미 원고가 들어왔다면 무턱대고 손을 대기 전에 아쉬운 점을 솔직하게 공유한다.   무수히 많은 책을 만드는 동안, 책이 세상에 나오면 책과 함께 주목을 받는 작가와 달리 업무 특성상 작가와 함께 책을 완성하는 일을 했음에도 상대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는 어려운 편집자 일에 대해 회의를 느낀 적은 없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그런 적은 없다.”고 대답한 최지영 대표는 여전히 책 만드는 과정 자체를 좋아하고 작업한 책이 잘 팔리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한다고 말한다. 2021년에도 만들고 싶은 책을 내면서 쌓아갈 예정이라는 에디토리얼 출판사의 출간 목록과 출간 소식은 출판사 공식 홈페이지(http://www.editorialbook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필자 : 황유미 글 쓰고 책 만드는 프리랜서. 소설집 <피구왕 서영>, <오늘도 세계평화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가 있다.  

강연

출판사 특성에 맞는 서체 고르기

서체 디자이너가 말하는 “책과 시너지가 나는 서체를 선택하는 방법” 하형원 디자이너, 출판사 특성에 맞는 서체 고르기 강연     한 권의 책을 만드는 과정에는 다양한 역량이 필요하지만 원고를 형태가 있는 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북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특히 ‘어떤 서체를 사용할 것인가’하는 문제는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 중 하나이다. 작은 로고 하나가 브랜드의 인상을 좌우할 수 있는 것처럼 어떤 서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책의 인상이 달라진다. 책과 잘 어울리는 서체를 고르는 방법과 북디자인에서 최근 많이 보이는 서체의 경향성에 대해 현재 업계에서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하형원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서울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 레터링을 기반으로 한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하고있는 하형원 디자이너는 ‘서체 디자인’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됴웅체’는 방각본 계열의 세로쓰기 서체로 영웅소설 됴웅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서체다. 서체 디자인으로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 낸 첫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여성 디자이너들의 모임인 FDSC(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 소속이기도 한 하형원 디자이너는 여성 디자이너의 일과 삶에 대한 글을 모은 다섯 권의 책으로 구성된 ‘FDSC.txt Vol.1’라는 이름의 프로젝트 기획과 패키지 디자인에 참여하기도 했다. 컴퓨터 문서 화면에서 텍스트를 입력할 때마다 깜박이는 커서를 모티프 삼아 ‘FDSC.txt’의 로고 타입부터 제작한 뒤 서체로 확장한 사례라고 한다. 모험을 키워드로 한 책을 내는 출판사 린틴틴의 로고 타입은 통통 튀는 밝은 느낌과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인상을 표현한 작업물이다. 반대로 조주현 작가의 전시 ‘검지도 어둡지도 않은’의 연계출판물 작업을 할 때는 블랙홀을 다룬 전시 내용에 부합하도록 어둡고 강한 인상을 주는 서체를 전시 타이틀과 출판물 ‘검고 어두운’의 표지에 사용했다고 한다. 다루는 작업물의 내용에 따라 어떤 인상을 줄 것인가를 고려하고 고유한 서체를 디자인하거나 고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출판 시장에서 눈에 띄는 표지디자인과 자주 활용되는 서체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하형원 디자이너는 먼저 “경향성을 단정할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요즘 많이 보이는’ 표지 디자인의 경향을 네 가지 유형으로는 나눌 수 있다. 그래픽이나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디자이너 서체를 활용한 디자인, 그래픽 요소를 제한하고 글자로만 디자인을 한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레터링을 활용한 표지, 마지막으로 영문 서체를 중심 요소로 활용한 사례가 있다.     먼저 그래픽,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디자이너 개인의 특색이 많이 묻어나는 ‘디자이너 서체’를 활용한 디자인에서 ‘디자이너 서체’란 무엇일까. 디자이너 서체란 산돌이나 윤디자인 같은 기업에서 제작한 서체가 아닌 개인 디자이너가 기획해 제작한 서체로 상업용으로 제작된 폰트에 비해 디자이너 개인의 기획력과 스타일에 따라 한글 서체의 미학적 요소가 더 잘 드러나기도 한다. 디자이너 서체를 그래픽 요소와 함께 책의 표지디자인에 활용한 최근 사례로는 기욤 뮈소의 <인생은 소설이다>를 들 수 있다. 제목에 사용된 서체는 윤민구 디자이너의 ‘블랑’이다. “부리 계열이면서 세리프 장식이 돋보이는 서체로, 가로획과 세로획의 대비에서 힘이 느껴지기에 디스플레이에 적합한 서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형원 디자이너는 최근 이 서체가 표지의 타이틀 부분에 많이 보이는 이유를 서체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윤민구 디자이너의 ‘윤슬바탕체’ 또한 본문 서체처럼 보이지만 잔잔한 분위기의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너의 뒤에서>라는 책에서 타이틀로 활용된 바 있다.     다음으로 김태헌 디자이너의 ‘평균’이 있다. 서체 자체가 주는 낯선 느낌 때문에 명조 계열의 서체를 사용할 법한 지면이지만 실험적인 느낌을 주고 싶을 때 사용된다. 이처럼 어딘가 처음 보는 듯한 낯선 인상을 주는 글씨도 있지만 어디에서 많이 본 것 같은 익숙한 서체도 있다. 이용제 디자이너의 ‘바람.체’다. 책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목소리를 드릴게요> 등 소설책의 타이틀에 많이 활용된 서체인 ‘바람.체’는 옛스럽고 묵직한 느낌을 자아낸다. 전통적인 느낌의 서체이지만 심플한 표지에 배치했을 때와 강한 일러스트레이션 위에 배치했을 때의 느낌은 또 다르다. 같은 서체라도 어떤 요소와 함께 배치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한다. “때문에 서체의 가능성은 열려있고, 특히 제목 서체는 ‘잘 골랐다’는 정답이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하형원 디자이너는 제목 서체는 기획의도와 맞아 떨어지는 서체를 활용한다면 문제가 없을 정도로 자유도가 높다고 말한다. 앞서 소개한 서체 외에도 한글 디자인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듣기도 한 안삼열 디자이너의 ‘안삼열체’, 명징한 인상을 주는 책에서 많이 활용되는 노은유 디자이너 ‘옵티크’, 강한 인상을 각인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편인 함민주 디자이너 ‘둥켈산스’도 있다.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서체 뿐만 아니라 예전부터 꾸준히 활용되는 ‘클래식’한 서체도 있다. 직지소프트에서 구매 가능한 ‘SM중명조’, ‘SM세명조’, ‘sm세고딕’, ‘SM견출명조’, ‘SM견출고딕’과 같은 ‘SM계열’의 서체다.     그래픽 요소나 그림과 함께 글자를 배치한 사례 외에 글자로만, 즉 타이포그래피를 표지 디자인에 활용한 사례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김뉘연 작가의 책 <모눈 지우개>의 표지는 오직 산돌고딕네오 서체만으로 디자인한 사례다. 2019년 젊은건축가상 기획 단행본인 <젊은 건축가 질색, 불만 그리고 일상>의 표지 역시 서체는 산돌명조만 활용했다. 표지 색상도 단조롭지만 서체를 도형처럼 배치하여 지루하지 않도록 디자인한 사례다. 다음으로 워크룸프레스의 ‘제안들’시리즈가 있다. ‘SM견출명조’를 표지에 활용한 시리즈로, 강한 인상을 주는 표지 디자인 때문에 “‘SM견출명조체’ 하면 이 시리즈만 생각이 난다.”던 하형원 디자이너는 그러나 책 <어린이라는 세계>의 타이틀을 예시로 들며 같은 SM견출명조체를 활용해도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서체를 선택하는 것과 함께 ‘서체를 어떻게 다루느냐’하는 문제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책의 표지디자인에 직접 디자인한 글씨인 ‘레터링’을 활용한 사례는 주로 동화책, 에세이 분야에서 많이 보인다. <미쓰 홍당무> 각본집은 손으로 그린 그림에서 느껴지는 투박한 느낌을 살려 책 제목도 디자인한 사례다. 책 <아무튼 하루키> 역시 크레파스로 쓴 삐뚤빼뚤한 손글씨 느낌을 살려 글씨를 디자인했다. 그외 책 제목을 흘려 쓴 듯한 느낌의 글자로 표현한 <우리는 서울에 산다>, ‘V’와 ‘W’란 글자를 반복함으로써 운율감을 부여한 <자기만의 방>등 다수의 사례를 소개한 하형원 디자이너는 “영화계에 비해 출판계에서는 책 표지만을 위해 레터링을 활용하는 사례가 드문 편이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격월간 미스터리 전문지 <미스테리아>처럼 서체 디자이너가 제호를 직접 디자인한 사례도 있다. “기존 서체를 활용했을 때는 낼 수 없는 미묘한 부분까지 느낌을 낼 수 있다”는 점이 레터링의 장점이다.   마지막으로 영문 서체를 중심 요소로 표지에 활용한 디자인도 있다. 책 <대리모 같은 소리>는 제목 서체로는 좌측엔 ‘SM세나루’, 우측엔 ‘윤슬바탕체’를 나란히 활용했다. 동시에 책의 전체적인 인상을 좌우하는  ‘SALE’이라는 영문은 ‘ZC Casual’을 활용하여 서체 자체가 하나의 그래픽 요소로 기능한다. 이처럼 국영문 서체가 모두 인상적인 표지도 있지만 국문 서체는 마치 공기처럼 인상을 남기지 않는 동시에, 영문 서체만 도드라지는 사례도 있다. 책 <공정하다는 착각: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의 표지 디자인을 설명하며 하형원 디자이너는 표지에 사용된 한글 서체인 고딕, 명조는 “표정이 없는 서체에 가깝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뚜렷한 느낌의 영문 서체가 표지의 스타일을 결정짓는 것이다. 영문 서체가 책의 분위기에 영향을 끼친 비슷한 사례로는 책 <알베르트 슈페어의 기억: 히틀러에 대한 유일한 내부 보고서>도 있다. 출판사 마티에서 펴낸 ‘미학 원전 시리즈’ 역시 로만 계열 영문 서체가 표지디자인에 비중있게 배치된 형태다.     표지 디자인의 경향성에 대한 설명이 끝난 뒤에도 하형원 디자이너는 직접 준비해온 본문 내지 디자인의 예시를 들어 각 요소에 활용한 폰트와 크기까지 실무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유용한 정보들을 공유했다. 디자이너들이 많이 사용하는 ‘SM계열’ 서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고있는 다양한 시도를 소개하며 대체해 볼법한 서체를 소개하기도 했다. 부리계열 서체로 뾰족한 느낌과 차가운 인상을 주는 채희준 디자이너의 ‘초설체’가 있으며 안삼열 디자이너의 ‘정인자’는 획에서 단단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반대로 같은 부리계열이지만 부드러운 느낌을 원할 때는 ‘산돌 단편선 바탕’과 류양희 디자이너의 ‘고운한글돋움’을 활용한다. 두 서체는 연필로 눌러쓴 듯한 따뜻한 느낌으로, 감성적인 내용에 어울린다. 뾰족하고 차가운, 단단한, 부드러운 등 마치 글꼴에도 인격이 있는 것처럼 다양한 수식어를 동원해 서체 자체에서 풍기는 느낌과 이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형식을 다채로운 레퍼런스와 함께 설명한 하형원 디자이너는 마지막으로 서체를 고를 때 유용한 툴과 사이트를 소개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레터링을 기반으로 다양한 그래픽, 브랜딩 작업을 하고 있는 하형원 디자이너의 작업물은 hyngw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형원 디자이너 Pick: 서체 고를 때 참고할 만한 사이트와 툴] 1) 산돌 클라우드 서비스 (월 단위, 연 단위 멤버십을 구매하면 16,400 종의 폰트를 사용할 수 있다) 2) 윤 멤버십 (윤디자인에서 운영하는 연 단위 멤버십 서비스) 3) 직지소프트 아카이브 (직지소프트의 폰트가 사용된 그래픽 작업물을 한눈에 볼 수 있다) 4) AG Typography Institute (AG최정호 민부리, AG최정호체, AG안상수체 등의 AG 글꼴과 다수의 디자이너 글꼴도 구매할 수 있다) 5) 한글씨 (광고나 영화 타이틀에 많이 활용되고 있는 HG꼬딕씨체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 6) 마켓히읗 (안상열체, 바람.체, 됴웅체 등이 있으며 신진 서체 디자이너들의 서체가 많이 있다) 7) lo-ol Type Foundry (디자이너 이노을과 Loris Olivier가 함께 운영하는 한글, 라틴 계열 서체를 다루는 신진 파운드리) 8) 퓨처폰트 (한글 디자이너의 서체도 입점되어 있는 글로벌 사이트로 개발 단계인 서체라 할지라도 미리 공개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서체를 볼 수 있다.) 9) 마이폰트 (영문 서체 구매에 적합한 사이트로 메뉴 중 이미지를 넣으면 최대한 비슷한 서체를 찾아주는‘WhatTheFont’라는 기능이 유용하다) 10) WhatFont (크롬 확장 프로그램. 크롬에서 확장 프로그램을 추가한 뒤 폰트를 클릭하면 폰트 스펙을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다) 11) 어도비 Type Kit (어도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사용자라면 Type Kit에 있는 서체를 어도비 프로그램에서 활성화하여 바로 사용할 수 있다) 12) Type Foundries Archive (전세계의 타입 파운드리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로 새로운 서체를 찾고 싶을 때 참고하기에 좋다)           필자 : 황유미 글 쓰고 책 만드는 프리랜서. 소설집 <피구왕 서영>, <오늘도 세계평화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가 있다.

강연

텀블벅 출판 프로젝트 성공하는 법

텀블벅 출판 프로젝트 성공하는 법 : 텀블벅 김철민 매니저에게 직접 듣는 “텀블벅 해야 하는 이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 서비스가 나온 지도 10년이 되어 간다. 이 기간에 텀블벅을 통해 진행된 출판 프로젝트도 3천 3백여 개. 누적 결제 금액은 180억 원에 이른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텀블벅을 통해 높은 호응을 얻어 최고의 화제작이 되었다. <언어의 온도>나 <1cm 다이빙>도 텀블벅으로 시작해 큰 인기를 얻은 책이다. 물론 텀블벅 출판 프로젝트에 등록한다고 해서 이런 책들처럼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성공에 가까워지는 방법은 있다. 출판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어떻게 텀블벅을 이용해야 하는지, 왜 텀블벅이 여전히 매력적인 플랫폼인지 텀블벅에 근무하는 김철민 매니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사람들은 왜 후원하는가   김철민 매니저는 PLATFORM P에서 열린 <텀블벅 왜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창작자는 ‘왜 사람들이 후원을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홍보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창작자들이 텀블벅을 기능이나 도구로만 이용할 때 이 부분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텀블벅의 후원자들은 쇼핑몰의 구매자와는 다른 성향을 보인다”고 말한다. 후원자들이 제작 과정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창작자를 후원하는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후원자들은 프로젝트가 나왔을 때 의미 있는 것에 반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프로젝트 자체를 후원하는 것인지, 제작자나 창작자를 후원하는 것인지 따져봐야 하고, 자신의 필요에 의해 후원하는 것인지, 응원의 의미로 하는 것인지도 프로젝트마다 모두 다르기에 ‘왜 사람들이 후원을 하는지’를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이해가 뒷받침 될 때 프로젝트 스토리가 탄탄해지고, 선물도 적절하게 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철민 매니저는 후원자들의 성향을 잘 파악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사례로 ‘김뜻돌 정규1집 <꿈에서 걸려온 전화> 제작’ 프로젝트를 들었다. 출판 관련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출판 분야에서도 접목할 만한 아이디어가 충분하다. 창작자 김뜻돌은 후원자들이 유튜브를 통해 만난 자신의 ‘팬’이라는 점에 착안해 앨범 발매 지연 공지를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라는 제목의 노래로 만들었다. 제작이 늦어졌다는 사과문을 딱딱한 공지로 이야기하지 않고 ‘팬’과 공유하는 코드로 소통하면서 재미까지 추구한 것이다.      후원자 특성에 대한 이해는 선물 구성 아이디어에도 반영된다. 김뜻돌은 선물 구성으로 앨범과 굿즈를 포함해 ‘찾아가는 1:1 공연’을 넣었다. 이 선물의 가격은 39만 원이다. 누군가에게는 큰돈일 수 있지만, 아티스트의 팬이라면 39만 원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옵션이다. 이 옵션은 최종적으로 5명이 선택했다. 김철민 매니저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어떤 사람들이 자신에게 후원하고, 왜 후원하는지 잘 파악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펀딩을 마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텀블벅 후원 이유 세 가지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텀블벅으로 후원할까? 김철민 매니저는 3가지 요소를 꼽았다. 첫째, 사람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콘텐츠, 즉 도전적인 시도에 대해 후원한다. 둘째, 제작자나 작가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후원한다. 셋째, 이슈가 발생했을 때 적합한 타깃에 맞춘 시의적절한 기획에 후원한다.     첫 번째로 그동안 세상에 나오지 않았던 콘텐츠에 대해서 사람들은 ‘내가 후원하지 않으면 이 책이 안 나오겠네’라고 생각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욕구가 발생한다고 한다. 이런 경우 실제 바이럴도 잘 되고 후원 성과도 높다. 그렇기 때문에 목표금액을 100만 원, 200만 원 등 형식적으로 설정하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프로개’의 2020 프로젝트 <모두의 pH>‘라는 출판 프로젝트는 식물 블로그를 운영하는 창작자가 사람들이 많이 키우는 100가지의 식물을 선별해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이를 책으로 만드는 기획이었다. 100가지 식물을 2천1백 개의 테스트 화분으로 키우는데, 테스트 기간은 8개월이며, 비용은 6천만 원이 든다. 결과는 총 6천9백만 원을 모금해 138%로 성공. 높은 목표 금액임에도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사람이 이 프로젝트를 정말 할 수 있는 사람일까?‘, ’1년 가까운 기간 동안의 실험이 말이 되나?‘, ’내가 후원하지 않으면 프로젝트가 없던 일이 되겠다‘와 같은 생각을 사람들의 마음속에 불러일으켰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두 번째는 제작자나 작가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후원하는 경우다. 앞서 살펴본 창작자 김뜻돌의 예시처럼 크리에이터의 ‘팬’인 경우가 이에 속한다. 세 번째는 시의적절한 기획에 후원하는 것이다. 이모티콘 만드는 법에 대한 수요가 높을 때 ‘나는 이모티콘으로 투잡한다’ 프로젝트가 성공한 것처럼, 이슈에 맞게 적절하게 기획된 프로젝트에 많은 후원이 발생할 수 있다. 기성 출판은 출간까지 일정 기간이 소요되므로 이슈에 맞춘 기획은 특히 텀블벅 플랫폼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 2016년 페미니즘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던 시기에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프로젝트는 2000%가 넘는 목표 금액을 달성하며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해당 이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프로젝트에 동참하면서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 것이다. 이처럼 시의성을 놓치지 않고 적절한 기획을 한다면 많은 후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최근에는 어떤 출판 프로젝트가 텀블벅에서 큰 호응을 받았을까. 2018~2020년 상반기 1천만 원 이상 펀딩 금액을 달성한 271개 프로젝트의 키워드를 살펴보면, ‘에세이’, ‘실용서’, ‘페미니즘’, ‘독립 매거진’, ‘창작도구’, ‘서브컬쳐’ 등이 있었다. 그 뒤로 ‘매뉴얼’, ‘한국문학’, ‘장르문학’, ‘취미’, ‘자기성찰’, ‘퀴어’, ‘저널리즘’, ‘자기계발’, ‘북디자인’, ‘어학’, ‘인쇄 노하우’, ‘그래픽디자인’, ‘종교’ 등의 흐름도 존재했다. 독립출판의 경우 아트 북 페어인 ‘언리미티드 에디션’의 규모가 급성장한 2015년 이후 텀블벅의 출판 프로젝트에서도 실험적이거나 심미적으로 아름다운 책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페미니즘’과 ‘퀴어’ 등도 호응을 받은 키워드인데, 기성출판에서는 번역서가 주를 이뤘다면 텀블벅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써 내려간 책들이 많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예비 창작자를 위한 프로젝트, 콘텐츠의 확장으로서의 굿즈   텀블벅의 출판 프로젝트에서 두드러지는 또 다른 특징은 ‘창조적인 사람들이 이용하는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김철민 매니저는 “다른 플랫폼에도 다양한 창작자들이 모여 있지만, 텀블벅에는 후원자가 곧 창작자인 경우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텀블벅의 후원자들은 일반적인 구매자와 달리 유튜브 크리에이터나 디자이너, 작가 등 창작에 대한 욕구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어 ‘동양의 마법적 상상력, 도술사전’이라는 출판 프로젝트는 동양의 도술을 정리하고 설명한 기획이다. 일반인이라면 도술 모음집이 쓸모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만화가나 소설가에게는 창작물을 만들고 세계관을 설정할 때 참고할 좋은 자료가 된다. 인쇄 방법이 설명된 출판물이나 디자인에 필요한 후가공, 판형 등을 알려주는 책들이 인기를 끈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이처럼 후원자 중에는 잠재적인 예비창작자가 포함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텀블벅으로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하는 창작자들이 고민하는 지점 중 하나는 ‘굿즈’일 것이다. 김철민 매니저는 굿즈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보라고 조언한다. 후원자들은 자신이 후원한 ‘책’과 관련된 굿즈를 받는 것을 선호한다. 에코백이나 머그잔 등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볼 수 있는 물품이 아니라, ‘콘텐츠의 확장으로서의 굿즈’를 원한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모두의 pH> 프로젝트에서는 100가지 식물의 pH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패브릭 포스터를 굿즈로 제작했다. 이 경우 사람들은 이 굿즈를 부가적인 사은품이 아닌 하나의 ‘콘텐츠’로 인식하게 된다.   굿즈를 만드는 또 다른 이유는 제작 예산 때문일 것이다. 더 많은 후원금을 모아야 한다면 굿즈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단, 이 경우 내가 투입한 비용 대비 굿즈의 아웃풋이 이윤이 남는지 잘 계산해야 한다. 사람들이 좋아할 요소를 굿즈로 만든다면 5천~1만 원의 금액을 더 후원받을 수 있으므로 비용이나 노력이 많이 들지 않는 선에서 제작한다면 굿즈는 좋은 전략일 수 있다.          후원을 통해 작은 커뮤니티 만들기   텀블벅 심사를 까다롭다고 느끼는 창작자들에게 김철민 매니저는 “심사 통과 자체는 전혀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텀블벅은 ‘제품 제작을 위한 목적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과정을 돕는 플랫폼’으로, 이 정의를 염두에 두고 심사를 신청한다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는 작은 출판사나 1인 제작자의 경우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 텀블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본다. 독자들은 대체로 온라인 서점의 책 정보는 모두 읽지 않지만, 텀블벅 스토리의 경우는 후원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다 읽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나의 프로젝트를 보다 잘 이해하고 애정을 쏟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또 “프로젝트가 무산된다고 할지라도 창작자가 감내할 리스크가 거의 없다는 점도 텀블벅 플랫폼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시장의 반응을 살펴볼 기회로 삼을 수 있고, 목표금액에 도달하지 못해 프로젝트가 무산된 경우에도 별도로 지불해야 할 비용이 없기 때문에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홍보 계획에 대한 조언도 있었다. 김철민 매니저는 “창작자가 유튜브나 SNS 등에서 이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경우 굉장히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새로운 유저가 유입되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네트워크가 기반”이라고 말했다. 만약 창작자가 자신의 네트워크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텀블벅에서 제공하는 ‘창작자 가이드’의 프로젝트 준비하기 단계에서 ‘펀딩 예산 수립’을 계산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령 책의 총 제작 예산으로 3백만 원이 필요한데, 책 가격이 2만 원이라면 150명이 있어야 한다. 만약 가족, 친구 등 지인을 포함해 50명의 확실한 후원자가 있지만 100명의 후원자를 어디서 구해야할지 모르겠다면 프로젝트 선물 구성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나를 확실히 후원해줄 사람들은 비용이 조금 높더라도 펀딩을 해주기 때문에 꼼꼼한 계획을 통해 전략을 짜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라고 언급했다.       물론 네트워크가 부족하더라도 텀블벅에서 유입되는 신규 사용자가 존재한다. 텀블벅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이나 상단의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에 노출되는 것이 그 예다. 텀블벅 팀에서는 노출 기준으로 첫째, ‘창조적인 프로젝트인가?’ 둘째, ‘독립적이고 독창적인 시도인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단지 후원이 잘 되고 있다는 이유로 노출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홍보계획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텀블벅 사용자에게만 기대하는 경우 막혔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김철민 매니저는 “목표금액을 설정하고, 실현가능한 선물을 구성하며, 홍보계획을 미리 갖춰두었을 때 안정적으로 목표금액을 달성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후원에도 대가가 필요하다   텀블벅 후원은 ‘후원’이라는 단어 탓에 ‘기부’처럼 대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기부’도 내 기부를 받는 수령자가 삶을 잘 영위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처럼 대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텀블벅 후원은 이러한 공감과 응원의 마음과 더불어 창작 결과물이라는 보다 명확한 대가가 있어야 한다. 김철민 매니저는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후원하는지’, ‘왜 후원하는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의 말처럼, 텀블벅의 장점을 기억하고, 텀블벅을 더 많이 활용한다면 창작자 입장에서도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텀블벅은 홈페이지에서 ‘창작자 가이드’를 제공한다.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스토리 작성하기, 홍보하기, 소통하기 등 텀블벅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대부분이 담겨 있어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가이드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텀블벅 헬프센터(help.tumblbug.com)를 이용할 수 있고, 텀블벅 팀과 함께 펀딩 계획에 대해서도 상담할 수 있다.         필자 : 정서연 미디어를 전공하고, 언론사와 공공기관에서 근무했다. 에세이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하고 싶은 너에게>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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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