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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 ]

텀블벅 출판 프로젝트 성공하는 법

김철민(텀블벅 매니저)

2020.11.25

텀블벅 출판 프로젝트 성공하는 법

: 텀블벅 김철민 매니저에게 직접 듣는 “텀블벅 해야 하는 이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 서비스가 나온 지도 10년이 되어 간다. 이 기간에 텀블벅을 통해 진행된 출판 프로젝트도 3천 3백여 개. 누적 결제 금액은 180억 원에 이른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텀블벅을 통해 높은 호응을 얻어 최고의 화제작이 되었다. <언어의 온도>나 <1cm 다이빙>도 텀블벅으로 시작해 큰 인기를 얻은 책이다. 물론 텀블벅 출판 프로젝트에 등록한다고 해서 이런 책들처럼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성공에 가까워지는 방법은 있다. 출판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어떻게 텀블벅을 이용해야 하는지, 왜 텀블벅이 여전히 매력적인 플랫폼인지 텀블벅에 근무하는 김철민 매니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사람들은 왜 후원하는가

 

김철민 매니저는 PLATFORM P에서 열린 <텀블벅 왜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창작자는 ‘왜 사람들이 후원을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홍보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창작자들이 텀블벅을 기능이나 도구로만 이용할 때 이 부분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텀블벅의 후원자들은 쇼핑몰의 구매자와는 다른 성향을 보인다”고 말한다. 후원자들이 제작 과정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창작자를 후원하는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후원자들은 프로젝트가 나왔을 때 의미 있는 것에 반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프로젝트 자체를 후원하는 것인지, 제작자나 창작자를 후원하는 것인지 따져봐야 하고, 자신의 필요에 의해 후원하는 것인지, 응원의 의미로 하는 것인지도 프로젝트마다 모두 다르기에 ‘왜 사람들이 후원을 하는지’를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이해가 뒷받침 될 때 프로젝트 스토리가 탄탄해지고, 선물도 적절하게 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철민 매니저는 후원자들의 성향을 잘 파악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사례로 ‘김뜻돌 정규1집 <꿈에서 걸려온 전화> 제작’ 프로젝트를 들었다. 출판 관련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출판 분야에서도 접목할 만한 아이디어가 충분하다. 창작자 김뜻돌은 후원자들이 유튜브를 통해 만난 자신의 ‘팬’이라는 점에 착안해 앨범 발매 지연 공지를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라는 제목의 노래로 만들었다. 제작이 늦어졌다는 사과문을 딱딱한 공지로 이야기하지 않고 ‘팬’과 공유하는 코드로 소통하면서 재미까지 추구한 것이다. 

 

 

후원자 특성에 대한 이해는 선물 구성 아이디어에도 반영된다. 김뜻돌은 선물 구성으로 앨범과 굿즈를 포함해 ‘찾아가는 1:1 공연’을 넣었다. 이 선물의 가격은 39만 원이다. 누군가에게는 큰돈일 수 있지만, 아티스트의 팬이라면 39만 원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옵션이다. 이 옵션은 최종적으로 5명이 선택했다. 김철민 매니저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어떤 사람들이 자신에게 후원하고, 왜 후원하는지 잘 파악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펀딩을 마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텀블벅 후원 이유 세 가지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텀블벅으로 후원할까? 김철민 매니저는 3가지 요소를 꼽았다. 첫째, 사람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콘텐츠, 즉 도전적인 시도에 대해 후원한다. 둘째, 제작자나 작가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후원한다. 셋째, 이슈가 발생했을 때 적합한 타깃에 맞춘 시의적절한 기획에 후원한다.

 

 

첫 번째로 그동안 세상에 나오지 않았던 콘텐츠에 대해서 사람들은 ‘내가 후원하지 않으면 이 책이 안 나오겠네’라고 생각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욕구가 발생한다고 한다. 이런 경우 실제 바이럴도 잘 되고 후원 성과도 높다. 그렇기 때문에 목표금액을 100만 원, 200만 원 등 형식적으로 설정하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프로개’의 2020 프로젝트 <모두의 pH>‘라는 출판 프로젝트는 식물 블로그를 운영하는 창작자가 사람들이 많이 키우는 100가지의 식물을 선별해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이를 책으로 만드는 기획이었다. 100가지 식물을 2천1백 개의 테스트 화분으로 키우는데, 테스트 기간은 8개월이며, 비용은 6천만 원이 든다. 결과는 총 6천9백만 원을 모금해 138%로 성공. 높은 목표 금액임에도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사람이 이 프로젝트를 정말 할 수 있는 사람일까?‘, ’1년 가까운 기간 동안의 실험이 말이 되나?‘, ’내가 후원하지 않으면 프로젝트가 없던 일이 되겠다‘와 같은 생각을 사람들의 마음속에 불러일으켰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두 번째는 제작자나 작가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후원하는 경우다. 앞서 살펴본 창작자 김뜻돌의 예시처럼 크리에이터의 ‘팬’인 경우가 이에 속한다. 세 번째는 시의적절한 기획에 후원하는 것이다. 이모티콘 만드는 법에 대한 수요가 높을 때 ‘나는 이모티콘으로 투잡한다’ 프로젝트가 성공한 것처럼, 이슈에 맞게 적절하게 기획된 프로젝트에 많은 후원이 발생할 수 있다. 기성 출판은 출간까지 일정 기간이 소요되므로 이슈에 맞춘 기획은 특히 텀블벅 플랫폼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 2016년 페미니즘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던 시기에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프로젝트는 2000%가 넘는 목표 금액을 달성하며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해당 이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프로젝트에 동참하면서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 것이다. 이처럼 시의성을 놓치지 않고 적절한 기획을 한다면 많은 후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최근에는 어떤 출판 프로젝트가 텀블벅에서 큰 호응을 받았을까. 2018~2020년 상반기 1천만 원 이상 펀딩 금액을 달성한 271개 프로젝트의 키워드를 살펴보면, ‘에세이’, ‘실용서’, ‘페미니즘’, ‘독립 매거진’, ‘창작도구’, ‘서브컬쳐’ 등이 있었다. 그 뒤로 ‘매뉴얼’, ‘한국문학’, ‘장르문학’, ‘취미’, ‘자기성찰’, ‘퀴어’, ‘저널리즘’, ‘자기계발’, ‘북디자인’, ‘어학’, ‘인쇄 노하우’, ‘그래픽디자인’, ‘종교’ 등의 흐름도 존재했다. 독립출판의 경우 아트 북 페어인 ‘언리미티드 에디션’의 규모가 급성장한 2015년 이후 텀블벅의 출판 프로젝트에서도 실험적이거나 심미적으로 아름다운 책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페미니즘’과 ‘퀴어’ 등도 호응을 받은 키워드인데, 기성출판에서는 번역서가 주를 이뤘다면 텀블벅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써 내려간 책들이 많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예비 창작자를 위한 프로젝트, 콘텐츠의 확장으로서의 굿즈

 

텀블벅의 출판 프로젝트에서 두드러지는 또 다른 특징은 ‘창조적인 사람들이 이용하는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김철민 매니저는 “다른 플랫폼에도 다양한 창작자들이 모여 있지만, 텀블벅에는 후원자가 곧 창작자인 경우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텀블벅의 후원자들은 일반적인 구매자와 달리 유튜브 크리에이터나 디자이너, 작가 등 창작에 대한 욕구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어 ‘동양의 마법적 상상력, 도술사전’이라는 출판 프로젝트는 동양의 도술을 정리하고 설명한 기획이다. 일반인이라면 도술 모음집이 쓸모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만화가나 소설가에게는 창작물을 만들고 세계관을 설정할 때 참고할 좋은 자료가 된다. 인쇄 방법이 설명된 출판물이나 디자인에 필요한 후가공, 판형 등을 알려주는 책들이 인기를 끈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이처럼 후원자 중에는 잠재적인 예비창작자가 포함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텀블벅으로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하는 창작자들이 고민하는 지점 중 하나는 ‘굿즈’일 것이다. 김철민 매니저는 굿즈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보라고 조언한다. 후원자들은 자신이 후원한 ‘책’과 관련된 굿즈를 받는 것을 선호한다. 에코백이나 머그잔 등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볼 수 있는 물품이 아니라, ‘콘텐츠의 확장으로서의 굿즈’를 원한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모두의 pH> 프로젝트에서는 100가지 식물의 pH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패브릭 포스터를 굿즈로 제작했다. 이 경우 사람들은 이 굿즈를 부가적인 사은품이 아닌 하나의 ‘콘텐츠’로 인식하게 된다.

 

굿즈를 만드는 또 다른 이유는 제작 예산 때문일 것이다. 더 많은 후원금을 모아야 한다면 굿즈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단, 이 경우 내가 투입한 비용 대비 굿즈의 아웃풋이 이윤이 남는지 잘 계산해야 한다. 사람들이 좋아할 요소를 굿즈로 만든다면 5천~1만 원의 금액을 더 후원받을 수 있으므로 비용이나 노력이 많이 들지 않는 선에서 제작한다면 굿즈는 좋은 전략일 수 있다. 

 

 

 

 

후원을 통해 작은 커뮤니티 만들기

 

텀블벅 심사를 까다롭다고 느끼는 창작자들에게 김철민 매니저는 “심사 통과 자체는 전혀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텀블벅은 ‘제품 제작을 위한 목적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과정을 돕는 플랫폼’으로, 이 정의를 염두에 두고 심사를 신청한다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는 작은 출판사나 1인 제작자의 경우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 텀블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본다. 독자들은 대체로 온라인 서점의 책 정보는 모두 읽지 않지만, 텀블벅 스토리의 경우는 후원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다 읽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나의 프로젝트를 보다 잘 이해하고 애정을 쏟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또 “프로젝트가 무산된다고 할지라도 창작자가 감내할 리스크가 거의 없다는 점도 텀블벅 플랫폼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시장의 반응을 살펴볼 기회로 삼을 수 있고, 목표금액에 도달하지 못해 프로젝트가 무산된 경우에도 별도로 지불해야 할 비용이 없기 때문에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홍보 계획에 대한 조언도 있었다. 김철민 매니저는 “창작자가 유튜브나 SNS 등에서 이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경우 굉장히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새로운 유저가 유입되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네트워크가 기반”이라고 말했다. 만약 창작자가 자신의 네트워크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텀블벅에서 제공하는 ‘창작자 가이드’의 프로젝트 준비하기 단계에서 ‘펀딩 예산 수립’을 계산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령 책의 총 제작 예산으로 3백만 원이 필요한데, 책 가격이 2만 원이라면 150명이 있어야 한다. 만약 가족, 친구 등 지인을 포함해 50명의 확실한 후원자가 있지만 100명의 후원자를 어디서 구해야할지 모르겠다면 프로젝트 선물 구성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나를 확실히 후원해줄 사람들은 비용이 조금 높더라도 펀딩을 해주기 때문에 꼼꼼한 계획을 통해 전략을 짜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라고 언급했다.

 

 

 

물론 네트워크가 부족하더라도 텀블벅에서 유입되는 신규 사용자가 존재한다. 텀블벅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이나 상단의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에 노출되는 것이 그 예다. 텀블벅 팀에서는 노출 기준으로 첫째, ‘창조적인 프로젝트인가?’ 둘째, ‘독립적이고 독창적인 시도인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단지 후원이 잘 되고 있다는 이유로 노출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홍보계획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텀블벅 사용자에게만 기대하는 경우 막혔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김철민 매니저는 “목표금액을 설정하고, 실현가능한 선물을 구성하며, 홍보계획을 미리 갖춰두었을 때 안정적으로 목표금액을 달성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후원에도 대가가 필요하다

 

텀블벅 후원은 ‘후원’이라는 단어 탓에 ‘기부’처럼 대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기부’도 내 기부를 받는 수령자가 삶을 잘 영위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처럼 대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텀블벅 후원은 이러한 공감과 응원의 마음과 더불어 창작 결과물이라는 보다 명확한 대가가 있어야 한다. 김철민 매니저는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후원하는지’, ‘왜 후원하는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의 말처럼, 텀블벅의 장점을 기억하고, 텀블벅을 더 많이 활용한다면 창작자 입장에서도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텀블벅은 홈페이지에서 ‘창작자 가이드’를 제공한다.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스토리 작성하기, 홍보하기, 소통하기 등 텀블벅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대부분이 담겨 있어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가이드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텀블벅 헬프센터(help.tumblbug.com)를 이용할 수 있고, 텀블벅 팀과 함께 펀딩 계획에 대해서도 상담할 수 있다.

 

 

 

 

필자 : 정서연

미디어를 전공하고, 언론사와 공공기관에서 근무했다. 에세이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하고 싶은 너에게>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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