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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아카이브 [INTERVIEW] 어디에도 없는, 어디에나 있는 가능성 : 프리랜스 편집자 윤정아
2023-06-23 / 정유민 / 편집자

PLATFORM P 웹진의 ‘INTERVIEW’ 시리즈는 세 명의 인터뷰어(글지마, 정유민, 조현익)가 각각 소규모 출판사, 편집자, 북디자이너를 만나 각자의 작업에 대해 들어보는 연재입니다. 그 세번째 인터뷰는 편집자 정유민이 만난 프리랜스 편집자 윤정아 이야기입니다.

어디에도 없는, 어디에나 있는 가능성: 프리랜스 편집자 윤정아

“편집자는 회사에 다니면서 월급도 받을 수 있고, 자유롭게 혼자 일할 수도 있어요. 심지어 일을 하면서 작가가 될 수도 있답니다. 자아를 분리하지 않고도 여러분이 하고 싶은 일을 연결시킬 수 있어요!”

몇 년 전 모교에서 문예창작학과 후배들에게 취업 관련 특강을 하면서 나는 자신 있게 이런 말을 했다. 그 말은 진심이었다. 회사라는 조직을 나서는 순간 혼자서는 같은 일을 계속 이어갈 수 없는 수많은 직업들을 생각하면, 출판 관련 직종은 장기적인 직업 계획을 세우는 데 꽤 매력적인 직업이다. 특히 편집자는 더욱 그렇다. 편집자는 언제 어디서나 편집자로 일할 수 있다.(물론 그 이면에는 편집의 외주화라는 효율성, 생산성 위주의 출판 환경이 확대되었기에 가능한 일이고 그에 따라 발생하는 노동 착취 또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외주노동의 ‘후려침’ 문제는 나중에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편집자 윤정아(필명 윤준가)는 편집자라는 직업이 가진 모든 가능성을 몸소 실천하며 살아가는 프리랜스 편집자이자, 작가이자, ‘말랑북스’라는 독립출판사를 운영하는 대표이다. 소속에 얽매이지 않고도 출판이 아우르는 모든 영역에서 활약할 수 있는 가능성 그 자체, 정아 씨를 만나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외주편집자의 고민과 의지와 시련과 자유와 고난과 자학과 기쁨과 보람을 함께 나눠봤다.

 

어쩌다 외주편집자가 되었는지를 먼저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네요.
저도 보통의 다른 외주편집자들처럼 출판사에 몇 년 다니다가 프리랜서가 됐어요. 어린이 전집을 만드는 기획사에서 처음 책 만드는 일을 배웠고, 이후 어학 전문 출판사를 거쳐 역사 전문 출판사를 마지막으로 회사를 그만뒀어요. 그때가 딱 7년차였죠. 회사를 다니기 싫었거나 회사가 싫었던 건 아니었어요. 어쩌다 보니 쭈욱 어린이 교양서 분야를 해왔는데 처음에는 어린이책이 저랑 잘 맞는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그래도 첫 회사에서 편집자 출신 사장님에게 편집의 기초에 대해서 좀 탄탄하게 배울 수 있었고 마지막으로 다닌 회사는 동료들이 너무 좋았던 데다 회사에 애정도 있어서 오래 다닐 줄 알았죠.

프리랜서가 된 전환점일 텐데, 마지막으로 다닌 회사가 좋았다니 의외인데요?
회사가 좋고, 동료가 좋은 것과는 별개로 조직이라는 게 필연적으로 위계로 구성되잖아요. 그런 구조 속에서는 제 의지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생기더라고요. 회사에는 대체로 좋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중에 내가 절대 대적할 수 없는 힘을 가진 사람이 상식적이지 않은 요구를 했을 때, 그 상황에서 너무 큰 무력감이 들었어요. 아, 회사가 아무리 좋아도 나를 쥐고 흔들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미친놈이면 그걸로 끝이구나. 다시는 회사라는 조직에 있고 싶지 않다. 누군가 내 목숨줄을 쥐고 있는 그 권력 구조 안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 길로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되었죠.

저는 프리랜서가 된 후로 맡은 일만 소화하기에도 버겁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근데 정아 씨는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시더라고요. 의뢰받은 외주편집 업무를 수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말랑북스’라는 이름으로 독립출판도 하시잖아요
처음부터 이걸 해야겠다 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저희 엄마가 오랫동안 시를 써왔기 때문에 예전부터 엄마 이름으로 시집을 내는 게 꿈이었어요. 언젠가는 내가 엄마 꿈을 이뤄드려야지 생각만 하고 있던 상태였는데 저도 결혼을 하고 친언니도 결혼을 하면서 해외로 가게 됐어요. 그러니까 집에서 음식 만들 때마다 우리가 맨날 엄마한테 전화를 하는 거예요. ‘엄마 여기엔 뭐 넣어야 해? 그다음에 어떻게 해?’ 그래, 이럴 거면 차라리 엄마 레시피를 다 모아서 책을 만들자! 그래서 출간한 게 『엄마가 알려준다』라는 레시피북이었어요. 그렇게 어쩌다 말랑북스가 탄생했죠.

말랑북스에서는 주로 어떤 책들을 만드나요?
수익을 내기 위한 책을 만드는 건 아니에요. 외주 편집이 생계를 위한 일이라면 말랑북스의 책들은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거 원 없이 마음껏 하고 싶어서 만드는 거거든요. 『우정보다 가까운』이라는 책은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와 저작권이 없는 퍼블릭 도메인 그림들을 결합시켜서 만든 그림책인데, 이건 인쇄가 아니라 프린트해서 만들어요. 주문이 들어오면 집에서 잉크젯프린터로 출력하고 직접 제본해서 보내는데 정말 재밌어요. 『한동리 봄여름』은 제주도에서 한 달 남짓 머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그림 그리는 친구랑 같이 그 시간을 그림일기로 만든 책이에요. 최근에는 생리통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피임용 삽입장치 ‘미레나’를 넣어본 경험을 글로 써서 『미레나를 넣어봤더니』라는 책을 만들었어요.
제가 19년째 책을 만들고 있지만, 사실 그 책의 대부분은 남이 원하는 책이잖아요. 내 마음대로, 내가 원하는 책을 만들고 싶다, 이걸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그냥 허술해도 괜찮고 디자인도 내 마음대로 내가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보자, 그런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한동리 봄여름』(말랑북스, 2023)
 『미레나를 넣어봤더니』(말랑북스, 2022)
 『우정보다는 가까운』(말랑북스, 2021)

남이 원하는 책을 만드는 외주자로서는 어떤 부분이 가장 아쉬울까요?
의뢰받아서 하는 일이지만 여전히 책에 대한 애정이 있고, 때론 이 책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내부 편집자였다면 내가 마케팅에도 관여할 수 있고 이런 거, 저런 거 해보자고 제안하고 저자와도 좀 더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랄까. 그런 과정 없이 최종 원고만 봐야 하는 상황이 답답할 때가 있었어요. 지금은 EBS BOOKS의 북매니저로 일하고 있는데 거기서 이런 아쉬움을 많이 해소하는 편이에요. 북매니저라는 게 조금 독특한 형태의 계약인데 말하자면 외주자를 관리하는 외주자예요. 정기적으로 내부 에디터들과 회의를 하고 저자, 외주자들과 소통하면서 마케팅 기획도 하고 최종원고 검수도 해요. 그 일을 하면서 단행본 만드는 일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료도 생겼고 고정 거래처가 생긴 셈이라 수입도 안정될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도 다른 외주 작업도 병행할 수 있으니까 저에겐 잘 맞는 일이죠.

그럼 일에 있어 만족도가 꽤 올라갔겠네요.
사실 일에 있어서 ‘만족스럽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일이 없으면 일이 더 많았으면 좋겠고, 일이 많으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고, 하기 싫은 일은 안 했으면 좋겠다, 일을 조금만 하고 돈을 좀 더 벌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들을 해요. 나의 변화하는 어떤 상태들이 늘 만족스럽지 않은 거예요. 하지만 회사에 다닐 때와 비교하면 저는 지금이 훨씬 좋아요. 지금도 종종 입사 제의를 받곤 하는데 저는 이제 회사의 시스템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생각만 해도 너무 피곤해요.(웃음)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제 자신을 점점 더 알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무언가에 구속되는 걸 원하지 않는 사람이더라고요.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다거나 개를 엄청 좋아하면서도 키우지는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의 선택이었어요. 어떤 상황이 내 생활을 구속하고 규정하고 그걸 매일 반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아요.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는 걸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더 명확하게 알게 됐어요. 저는 프리랜서인 상태 자체가 좋아요.

 『지도 위의 세계사』(EBS BOOKS, 2022)
 『아내라는 이상한 존재』(왼쪽주머니, 2021)

외주 편집자로 일하면 분야를 따져서 일을 받기 어렵잖아요. 정말 온갖 종류의 책을 만들게 되는데, 저의 경우에도 분야를 넘나들다 보면 때로 혼란을 겪기도 해요. 모드 전환이 잘 안 돼서 버벅거리기도 하고요. 대처하는 요령 같은 게 있으면 나눠주세요.
맞아요. 분야마다 미묘하게 다른 지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 인문사회 교양서를 만들 때와 에세이를 만드는 건 정말 다르죠. 특히 저자 선생님들과 소통할 때 분야에 따라 그에 맞는 적절한 모드가 필요해요. 얼마 전에 『지도 위의 세계사』라는 책을 만들었는데 저자 선생님이 원고 쓰는 걸 너무 힘들어하셨어요. 그동안 워낙 학술적인 글을 주로 써왔기 때문에 대중교양서에 맞는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으셨거든요. 그럴 때 편집자가 지원할 수 있는 건 아주 구체적인 디렉팅과 확인 가능한 샘플이에요. 기존에 출간된 청소년 역사 교양서를 안겨드리면서 ‘이야기하듯이, 친절하게 설명하듯이, 이런 부분은 이렇게, 저런 부분은 저렇게’ 쓰시면 좋겠다고 구체적인 가이드를 드렸죠.
에세이 작가님들에게는 ‘긍정적인 기운 불어넣기’가 가장 중요해요. 저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받고 『대체로 가난해서』라는 에세이를 출간했잖아요. 내가 집필을 해보니까 정말 에세이 작가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뭔지 알겠더라고요. 자아를 소진해서 글을 쓰다 보면 쉽게 절망에 빠지고 자기 글에 대한 확신이 없어지고 자기 비하에 빠지기가 쉬워요. 그럴 때 편집자는 응원군이 되어줘야 해요. 내가 얼마나 작가님 글을 애정하는지, 이 글이 얼마나 심금을 울리는지, 어떤 점이 특히 인상적인지, 독자로서 어떤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지 얘기해드려요. 그리고 ‘나도 에세이 집필해봤는데 이러저러한 점이 정말 힘들었다’면서 공감대까지 형성하면 꽤 힘을 얻으시는 것 같더라고요.

 『대체로 가난해서』(미래의창, 2021)

 

정아 씨를 보면 ‘정말 부지런한 프리랜서다’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저는 완전 집순이인 데다 프리랜서를 오래 하다 보니 나가는 것도, 사람 만나는 것도 싫어지던데 어쩜 그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는지 신기하고 놀라워요.
저도 엄청 집순이예요(웃음). 프리랜서로 일하면 일이 들쭉날쭉하잖아요. 처음에는 전에 다닌 회사 동료들이 나를 찾아주고 새로운 거래처 소개도 해줘서 그럭저럭 일을 했는데, 또 어느 순간에는 일이 없을 때도 있고. 그러다 보니 너무 외로운 거예요. 일을 얻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동료들을 얻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외주출판인회의 카페에 가입했어요. 제가 사실 모임 같은 데 잘 가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근데 좀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싶더라고요. 교정교열 모임에 나가서 같이 공부도 하고 서로 일도 소개해주고, 소개받기도 하면서 좋은 동료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런데 교정교열 모임에는 다양한 매체의 다양한 편집자들이 모여요. 그러다 보니 단행본을 책임편집하면서 겪는 고충이나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예전 회사 동료들은 다 멀리 살고 업계를 떠난 친구들도 많았으니까요. 그런 부분에서 채워지지 않는 갈증 같은 게 여전히 남아있긴 했지만요.

그래서 페미니스트 에디터 모임을 결성하신 건가요?
그건 정말 페미니즘 이야기를 나누는 동료가 있었으면 해서 만들었어요. 출판계는 비교적 좀 열린 업계이긴 하지만 페미니즘 이슈를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더라고요. 아무래도 세대나 성별에 따라 생각이 다른 경우도 많고 보수적인 성향인 사람도 있으니까요. 한참 여기저기서 성폭력 사건들이 터져나올 때조차도 그런 얘기들을 편하게 나누기 어렵다는 생각에 페미니즘 이슈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편집자 동료들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모임을 만들었죠. 뭐 대단한 활동을 하는 건 아니에요. 제가 모임 운영을 잘 하지 못하기도 하고. 그저 어딘가에 마음이 통하는 동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돼요.

교정교열 모임도 하고, 페미니스트 에디터 모임도 하고, 출판노조에서 활동도 열심히(!) 하고, 그런 와중에 강의도 되게 많이 들으시잖아요. 계속해서 역량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이 일의 특성이라고 생각해요. 편집이라는 게 언제나 완성되지 않은 상태잖아요. 적정선에서 멈추는 것일 뿐, 완벽하게 완성된 형태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나는 조금이라도 더 완성도를 높이고 싶은 거예요. 그러려면 제가 계속 발전하는 수밖에 없어요. 실수를 줄이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배우고 익히고 업무 역량을 넓고 깊게 파고 들어가야죠.

보통 이것저것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욕망이 많고 열정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정아 씨는 욕망이 많은 사람치고 일에 대해 참 냉철하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일을 오래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일과 나를 좀 분리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주니어 때부터 저는 항상 열정이 과한 걸 좀 경계했던 것 같아요. 회사에 다니면서도 늘 한쪽 발을 빼고 있는 느낌이랄까. 회사라는 조직에 올인하지도 않았어요. 언제든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sbi 재직자과정 강의도 듣고 회사가 지원해주는 교육은 빼먹지 않고 다니니까 선배들은 ‘너는 어떻게 퇴근하고 강의 듣고 그렇게 많은 일을 하냐. 참 열정이 있다’고 그랬어요. 근데 열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겐 회사가 전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언제든 발을 뺄 수 있으려면 지금 내가 취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취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프리랜서로 일할 때 어떤 점이 가장 좋나요?
누가 나한테 무슨 얘길해도 타격감이 전혀 없다는 거요.(웃음) 저는 저에게 일을 의뢰하는 사람이 갑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우린 그냥 돈과 일을 주고받는 계약관계일 뿐이에요. 회사에 다니는 것도 마찬가지의 계약관계지만 실제로 그 세계 안에서는 위계가 있고 눈치를 봐야 하고 체면을 차려야 하는 등 보이지 않는 구조가 있잖아요. 근데 프리랜서가 되면 그런 게 다 제거되고 계약관계만 남아요. 클라이언트가 무례하고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랑 다시 일 안 하면 그만이에요. 처음엔 일이 끊길까 봐 불안하기도 했는데 거래처가 늘고 다양한 일을 해보고 나니까 자신감이 생겼어요. 나는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이야, 굳이 이런 모욕이나 손해를 감수하고 일할 필요가 없지, 이 사람이랑 다시는 일 안 해도 나는 아쉬울 게 없어. 경험이 늘면서 이렇게 정신적인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편집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 혹은 언젠가 프리랜스 편집자로 일하고 싶어하는 미래의 동료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비슷한 맥락에서 회사에 너무 매몰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일과 나를 너무 동일시하지 말고 회사라는 조직에서 배울 건 배우고 버릴 건 버리는 게 중요해요. 회사 생활이라는 게 쉽지 않고 당장 관두고 싶을 때도 있고 일하는 게 너무 괴롭고… 그럴 때가 자주 있겠지만 그것도 정말 귀한 경험이거든요. 저의 경우 대형 출판사, 소형 출판사, 기획사 등 다양한 규모와 분야의 회사를 거치면서 많은 자산을 쌓았다고 생각해요. 출판사마다 편집자가 관여하는 범위가 다 다르기 때문에 큰 회사에서는 분업화 시스템을 익히거나 서류 작업하는 스킬을 배울 수 있죠. 작은 회사에서는 원하지 않더라도 편집자 한 명이 많은 영역을 다 커버해야 하기 때문에 기획, 편집, 제작, 홍보 등 전 영역을 두루 경험하면서 키워지는 역량이 있어요. 그것들이 다 나의 포트폴리오라고 생각하면 회사 생활도 견딜 만해요. 이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뭐든 맡기면 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고, 그래서 프리랜서 생활을 불안해하지 않고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언젠가 프리랜서로 사는 것을 꿈꾼다면 지금 현재의 자리에서 최대한 많은 걸 내 것으로 만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정유민
편집자. 좋아하는 것에 대해 글을 쓰고,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을 만들며, 책과 관련된 모든 것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