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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아카이브 [SPECIAL] 여기 (출판에 진심인)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어요
2023-12-04 / 윤여준 / 쥬쥬베북스

12월 특집 원고는 지난 11월 18일 센터에서 열린 《PLATFORM P 메리고라운드 : 여기 (       ) 사람 있어요》에 참가한 윤여준의 <여기 (출판에 진심인)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어요>입니다.

《Platform P 메리고라운드 여기 (     ) 사람있어요》 참가기
여기 (출판에 진심인)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어요


어떤 일을 하기 전에 그 일이 발생시킬 가장 안좋은 경우부터 가장 좋은 경우까지 모두를 그려보아야만 안도를 하곤 했다. 물론 대부분 나의 상상이 무색할 만큼 별탈없이 지나가거나 문제가 터지더라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져 하등 도움이 안되는 걱정이라는 걸 나중엔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한 번 자리잡은 습관은 무척 강력하다. 쥬쥬베북스를 차릴 것인가 고민할 때, 나의 희망회로와 절망회로를 모두 돌려보는 습관은 극에 치달았었다.  책방 운영 및 작가 활동, 그리고 이전에 다녔던 회사에서도 편집 일을 해왔기 때문에 출판 대부분의 과정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내가 대표인 출판사를 만들려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려지는 경우의 수부터가 없어 불안이 커져갈 때 내가 선택한 방법은 앞서 나가고 있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들으며 장점과 단점을 쭉 늘어놓으면 그때 비로소 쥬쥬베북스를 정말로 시작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한동안 출판사 창업기 책들을 도장깨기 하듯 읽으며 보내던 중, SNS로 Platform P의 강의를 알게 되었다. 얼결에 관심있는 출판사 대표의 강연을 보고 클릭한  Platform P사이트에서 소규모 출판사의 세무, 번역 출판의 방법 등 실용적인 강의 등을 보고 그 자리에서 모든 강의를 신청했다. 마치 나를 위한 곳을 찾은 것마냥 설레는 마음에 2층 워크플레이스도 신청하고 강의도 올라올 때마다 신청해서 들었다. 그렇게 몇달 간 꾸준히 Platform P의 강의를 듣고 나니, 그제서야 쥬쥬베북스를 만든 후 내 앞에 펼쳐질 미래를 제대로 그려볼 수 있었다. 그리고 결정할 수 있었다. 쥬쥬베북스를 만들기로.

그리고 지난 11월 18일, 오랜만에 다시 그때의 기분을 느꼈다. Platform P를 거쳐간 1기(2020년 입주)부터 3기(2022년 입주)까지의 입주사들이 각자의 작업을 소개하는 행사 《Platform P 메리고라운드 여기 (     ) 사람있어요》(이하 《메리고라운드》)를 만났을 때 1년 반 전 쥬쥬베북스의 출발선 앞에서 망설이며 흡수했던 수많은 강의들이 떠올랐다. 지금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그때 들었던 대부분의 강의도 당시 입주사들의 강의였었다. 닿을 수 없는 미래가 아닌 현실적으로 그려볼 수 있는 미래를 담고 있는 입주사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좋았었다. 그땐 강의 열리기 만을 매달 기다려 들었는데, 이번 《메리고라운드》에서는 하루동안 입주사 49팀(명)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니! 내겐 설레지 않을 수 없는 행사인 것이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전엔 홀로 집에서 컴퓨터로 강의를 들었던 참여자였다면, 이젠 현 입주사로 한 세션의 한 코너도 진행하게 된 점이다. 1년 반전의 내가 우러러보던 Platform P의 입주사 중 한 명이 되었다는 것이 뿌듯하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아쉬웠다. 내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엔 다른 프로그램을 들을 수 없으니까. 하지만 아쉬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 세션당 하나의 프로그램을 선택해야 하는 고비가 날 기다렸다. 입주사들은 조금 더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정원이 있는 프로그램도 있어 꼭 듣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신청해야만 했다. 마치 수강신청을 하듯 신청 사이트를 오르락 내리락하며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프로그램을 골라보았다. 49개의 프로그램 중 7개만 선택하는 건 너무 가혹했다. 신중한 선택을 위해 해당 입주사가 어떤 이야기를 할 예정인지 살펴보고, SNS로 최근작도 찾아보며 2시부터 5시 20분까지 (쥬쥬베북스의 프로그램을 포함한) 7연강으로 이루어진 나만의 《메리고라운드》 타임테이블을 짰다. 7개의 프로그램을 신청할 때에 한 번 마음이 웅장했고, 행사 당일 내가 신청한 프로그램 리스트가 적힌 안내 카드를 받을 때 한 번 더 마음이 웅장했다.  

북&라운지 입주사 큐레이션 전시 ©타별 

 

행사는 20분 씩 7개의 세션이 10분의 휴식을 간격으로 이어졌고, 각각의 세션에 7개의 프로그램이 각각 7개의 공간에서 열렸다. A부터 G까지의 공간, 그리고 7개의 세션이라는 다소 복잡한 형식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운영진은 입장과 동시에 신청자명이 기재된 타임테이블 안내 카드를 나누어주었다. 안내 카드엔 세션별로 내가 신청한 프로그램이 어떤 알파벳의 공간에서 진행되는 지 표기돼 있어 신청자는 시간에 맞추어 체크된 알파벳 공간으로 이동하면 되었다. 복잡할 수 있는 행사를 명쾌하게 만들어주는 안내에서 운영진의 숙련된 노하우와 배려가 느껴졌다. 안내 카드가 아니더라도, 각각의 공간 앞에 세워진 귀여운 그래픽의 사이니지에서도 해당 공간에서 이루어질 프로그램들을 시간별로 확인할 수 있었고, 전체 프로그램의 시간과 공간이 적혀있는 대형 타임테이블도 입구에 있어 어렵지 않게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7개의 공간은 2층 북&라운지부터 워크플레이스, 그리고 워크플레이스 내부의 회의실과 소강의실까지 2층 대부분의 공간이 활용되었다. 특히 북&라운지나 워크플레이스는 독립된 공간이 아닌 개방된 공간이었는데, 옆 프로그램이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정확한 거리 계산으로 떨어져있어 각각의 프로그램이 따로 또 같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역시 수많은 행사를 만들어온 Platform P 운영진과 스튜디오 안츠의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메리고라운드》 전경. 입구에 배치된 커다란 전체 타임테이블 라이트박스와 동선 안내 사이니지 ©타별 

 

신청자들에게 안내하기 위해 뒷면에 전체 타임테이블이 표기된 입장권 ©타별 

 

《메리고라운드》에서 내가 고심끝에 신청한 프로그램은 ‘플랫폼P 운영진', ‘제람', ‘레모', ‘양다솔', ‘정유민', ‘수신지’ 였다. 나름 작가, 편집자, 출판사 대표를 고르게 선정한 후, 그동안 궁금했던 Platform P 운영진의 이야기와, 인상깊게 들었던 Platform P의 <출판 접근성 국제교류 심포지엄>의 후기를 더하여 만든 최종_최최종_진짜최종의 타임테이블이었다. 첫 세션인 ‘플랫폼P 운영진’의 프로그램에선 서정임 팀장이 Platform P의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운영 전반에 대해 나누어주었다. 실제로 2층 워크플레이스부터 3층 입주실까지 사용하고 있는 나는 종종 Platform P의 디테일에 놀랄 때가 있었는데, 그 모든 것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센터장이 직접 조도와 온도를 맞춘 조명, 여러 교체 끝에 가장 방해가 되지 않는 음악의 선정, 그리고 촬영 스튜디오, 스캐너 등 유용한 시설들 모두 소규모 출판사를 운영하고 이끌어가는 보스토크 프레스가 운영사이기에 할 수 있는 세심함과 정확함이었다. 어쩐지. Platform P는 거슬리는 게 하나도 없는 공간이었다. 음악이 재생되고 있지만 집중을 해치지 않았고, 온도와 습도 모두 적당했고, 동선과 시설 모두 불편함 없이 사용했다. 섬세한 배려들이 녹아있어 가능한 편안함이었다. Platform P의 대단한 디테일들에 감탄을 할 때 쯤, 땡땡땡 종이 울렸다. 발표 종료 5분 전이라는 신호였다. 같은 공간에서 다음 세션이 또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 엄수가 중요한 이번 행사에는 발표 종료 5분 전을 알려주는 종소리(땡땡땡)와 안내 피켓, 그리고 발표 종료 시간을 알려주는 종소리(땡땡땡땡땡~)와 안내 피켓이 준비되어 있었다. 땡땡땡 종이 울리자 발표자들은 분주히 발표를 마무리 지었고, 땡땡땡땡땡- 종이 연속으로 울리자 모두 일어나 다음 세션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참여자와 발표자 모두 불쾌하지 않고 재밌는 시간 안내였다. 물론 효과도 좋은 듯했다. 산뜻하게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땡땡땡땡땡~

플랫폼 P 운영진의 "여기 (플랫폼 P 만든) 사람 있어요" 프로그램 ©타별

 다음 세션은 지난 9월에 열린 <출판 접근성 국제교류 심포지엄>의 후기를 들을 수 있는 ‘제람'의 프로그램이었다. 제람 기획자는 어제 막 나온 <출판 접근성 국제교류 심포지엄>의 결과집을 관객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점자와 묵자로 이루어진 책이었다. 일부가 아닌 모든 콘텐츠가 점자+묵자로 이루어진 출판물은 처음이었는데, 제람 기획자가 진행한 지난 <출판 접근성 국제교류 심포지엄>에서도 처음 경험해 보는 정도의 접근성에 대한 고민에 놀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행사를 진행하며 고려했던 사항들과 출판물을 만들며 고민한 내용들을 솔직하게 나눠주어 앞으로 행사를 만들 때 함께 논의해 볼 법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제람 기획자는 자신의 《메리고라운드》수식어로 “여기 (제법 믿음직한)사람 있어요"를 적었는데, 행사를 만들어간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이렇게 사려 깊은 기획자가 있다니, 믿음직하다. 땡땡땡땡땡~

세 번째 세션은 자타공인 Platform P 입주사 중 가장 부지런한 출판사 ‘레모’의 프로그램이었다. 쥬쥬베북스도 번역서를 출판하고 있기에, 번역전문 출판사의 이야기가 궁금해 신청했다. 프로그램의 타이틀은 《좋아하는 책 번역 출간의 기쁨과 슬픔》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슬픔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왔다. 그런데 왠걸, 슬픔을 이야기하는 레모의 윤석헌 대표의 모습에서 자꾸만 프랑스 도서에 대한 사랑이 왈칵 뿜어나왔다. 말 그대로 슬픔이라 쓰고 기쁨이라 읽고 있는 레모였다. 윤석헌 대표의 프랑스 도서에 대한 애정을 듣고 있으니, 왜 레모가 프랑스 도서만을 집중하고 있는지, 앞으로 얼마나 기쁜 마음으로 새로운 책들을 준비해 나갈 건지 알 수 있었다. 역시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못 이기지. 레모는 프랑스 문학 번역에 진심이니 아무도 이길 자가 없겠다, 생각할 때쯤 다시 종이 울렸다. 땡땡땡땡땡~

네 번째 세션은 ‘양다솔’ 작가로 첫 소규모 프로그램이었다. 5명 내외의 정원인 프로그램은 회의실 안에서 진행되었는데, 개방되어 있는 외부 공간과는 다르게 조금 더 아늑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최근에 양다솔 작가의 글을 읽고 깔깔 웃었던 기억이 있어 신청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양다솔 작가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작은 공간에 소수의 인원이 모여있어 크게 웃진 못했지만 함께하는 참여자들 모두 음소거로 웃으며 발표를 들었다. 자신을 지칭하는 수식어에 대한 고민부터, 작가로서 책을 만들어 낼 때 납득해야 하는 기준까지, 지금까지 양다솔 작가가 만들어온 궤적을 함께 살펴볼 수 있었다. 역시 책 쓴 사람의 책 너머 이야기 듣는 게 제일 재밌다, 그리고 양다솔 작가는 정말 재밌다. 땡땡땡땡땡~

다섯 번째 세션은 이벤트 같은 시간이었다. 나의 진짜최종_타임테이블에서 편집자를 담당하던 ‘정유민’ 편집자의 강의가 개인사정으로 취소되었는데, 그 자리를 궁금했던 출판사이자 작가 ‘솜프레스’가 채워주어 반가운 마음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행사 전날에 갑자기 투입되었다는 솜프레스의 프로그램은 하루 만에 준비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풍부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숲해설가 수업을 들으며 자연을 탐색하는 재미에 빠진 솜프레스의 본격 자연 탐방기가 주제였는데,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들 속에서 솜프레스가 포착한 장면과 그 장면이 작품이 되어 나온 모습을 함께 볼 수 있었다. 저토록 다채로운 자연 속에서 솜프레스가 발견한 자연의 아름다움은 포근했고, 그 모습을 판화로 찍어낸 솜프레스의 작업은 더 따스했다. 솜프레스의 프로그램엔 작은 선물이 있었는데, 행사 당일 오전에 산에서 주워왔다는 상수리 뚜껑이었다. 참여자들은 모두 솜프레스가 준비한 작은 자연을 하나씩 나누어 가졌다. 땡땡땡땡땡~

 ‘턱괴는여자들’의 프로그램 진행 모습 ©타별 

여섯 번째 세션은 내가 발표자가 되어 진행한 ‘쥬쥬베북스’의 프로그램이었다. 20분 동안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까 고민하다 쥬쥬베북스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준비했다. 북토크 등의 책 관련 행사에 가면 작가나 책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들어볼 수 있었지만 출판사의 이야기는 많이 언급되지 않아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쥬쥬베북스 역시 쥬쥬베북스 자체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연 경험은 없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해보면 좋을 것 같아 무엇이든 대답하겠다는 결연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는데 결국 혹시 몰라 준비해 간 예비 질문으로 자문자답 하는 형식이 되었다. 왜 쥬쥬베북스를 만들었는 지, 쥬쥬베북스가 어떤 출판사로 각인되고 싶은지, 앞으로 어떤 책을 만들고 싶은지 등을 묻고 답했다. 쥬쥬베북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매일 고민해도 또 새로운 이야기들이지만, 참여자들에게도 이 이야기가 재밌고 유익할 지는 발표를 하는 순간까지도 걱정이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마치고 출판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참여자를 만나며, 내가 일 년 반 전에 들었던 강의들의 의미가 떠올랐다. 그저 경험과 고민을 공유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길잡이가 되어주었던 Platform P 입주사들의 이야기. 쥬쥬베북스의 우당탕탕 1년 나기가 참여자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쯤, 예외 없이 땡땡땡땡땡~

일곱 번째 세션은 내가 정한 2023 최고의 만화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의 출판사 귤프레스의 수신지 작가였다. 지난 5월에 열린 Platform P 입주사협의회의 북페어 “마포 책소동"에서 처음 만난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는 아주 오랜만에 만난 다음호가 기다려지는 만화책이었다. 그 제작기가 너무 궁금했는데 마침 수신지 작가가 그 이야기를 전해준다고 하여 냉큼 신청했다. 어떻게 이 이야기가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아직 완결이 안 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다음 호가 더욱 더 궁금해졌다. 북페어에 맞추어 신간을 만든다는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수신지 작가가 더 많은 북페어에 참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금세 완결이 날까 봐 걱정이었는데 작가가 생각보다 더 많은 호를 계획하고 있어 고마웠다. 한동안은『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기다리며 살 수 있겠다. 다행이다. 마지막 종이 울렸다. 땡땡땡땡땡~

5시 20분 마지막 땡땡땡땡땡~으로 7개의 세션은 모두 끝났고, 함께 케이터링 음식을 먹으며 네트워크 파티를 이어갔다. 정성스레 준비된 케이터링 음식들을 먹으며 그동안 각자의 사무실에 있어 만나지 못했던 입주실 동료들, 이젠 더 이상 Platform P에 없는 이전 기수의 작가와 출판사 대표들을 만나고 대화했다. 신청한 프로그램을 듣느라고 놓친 멋진 프로그램이 많았는데 그 아쉬움을 네트워크 파티에서 해소할 수 있었다. 또 《메리고라운드》를 신청하고 참여해 준 많은 참여자분들도 함께 인사를 나누었다. 길지 않은 네트워크 파티였지만 나에겐 꽤나 알찬 시간이었는데 그 이유는 여타 행사들과는 다르게 행사를 마친 후 참여자 분들과 명함이나 SNS를 교환해 지금까지도 교류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번역을 하며 시를 짓고 있는 한 참여자와는 번역 이야기를 나누다 얼결에 쥬쥬베북스의 해외진출을 위해 영어 과의를 함께 해보기로 했고, 인쇄를 하며 출판사를 준비하고 있는 한 참여자와는 궁금한 것이 있을 때 편히 연락하여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있다. 출판과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니 네트워크 파티가 정말 그 기능대로 작동했다. 입주사들 끼리의 화기애애를 넘어 더 많은 출판 관계자들과의 교류가 있어 더 의미 있는 행사였다. 

아직 2년차, 초보 출판인인 나는 여전히 더 많은 선배, 동료들의 이야기를 기다린다. 이젠 이 일의 흥망성쇠를 미리 보겠다는 마음보단, 출판에 진심인 사람들의 말에서 얻는 에너지가 좋아 찾게 된다. 1년 반 전에 만난 Platform P의 강연들이 쥬쥬베북스를 결심하게 만들었다면, 《메리고라운드》는 쥬쥬베북스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단군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출판 시장 속에서 무턱대고 출판사를 차린 호기가 잘못된 것이 아니었구나, 이렇게 책과 출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잔뜩 있으니 해볼 만 하구나, 혼자 일해서 고독할 때가 많았는데 동료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49개의 프로그램 속을 종횡무진 다니며 위안을 받고 용기를 얻었다.《메리고라운드》에서 만난 이야기들 덕분에 쥬쥬베북스는 그리고 책과 출판 곁의 이들은 한 뼘 더 나아갈 힘을 얻었다. 

 

윤여준│쥬쥬베북스 운영자 aka 쥬쥬베휴먼. 작은 몸집이 할 수 있는 담대하고 대담한 출판을 하고자 한다.